거자필반

사람살이 2020. 9. 2. 13:12

할머니~~~

아이고 어쩔라고 여기가 어디라고 니가 왔냐 니가 왜 여길 왔냐

우리 할매 보고싶어서 왔지 내가 세상에서 일번으로 좋아한 내가 해준것도 하나 없는데 나한테 다퍼준 우리 할머니 보고 싶어서 인제 철들어서 너무 고마워서 미안해서 우리 할머니 보러왔지

아이고 인성아 인성아 그러면 잘있었어야지 개똥밭이었어도 웃으면서 굴렀어야지 그렇다고 니놈 발로 여길오냐

철들었다고 안했소 내가 우리 지동땍 그말 할까봐 내눈에 내손에 내귀에 내머리에 다 가지고 왔소. 우리 할매 있었던 세상보다 휠씬 좋은세상 다 누리고 우리 할매 못본거 까지 싹다 보고 즐기고 왔소. 저멀리 미국 가서 최고 비싸다는 쇠고기도 먹어 봤고, 남들이 다 타고 싶어 했던 자동차도 내꺼였소, 이나라 저나라 돌아 다니면서 돈도 벌고 나라에 좋은일도 하고 그 외국 사람들 한테 고맙다는 말도 많이 듣고 좋은 일도 많이 많이 하고 왔소

그래 그랬구나 그랬어 고모들은 잘있냐

이제 곧 다들 환갑이요 첫째도 딸자식들이 수발 잘하고 있고 막내도 자식 다키워 무탈해 보입디다. 울할매 얼마나 걱정 많이 했소 내가 다 봤소 아무일 없이 다 잘있소

이노마 이노마 니 아비 어미도 곧 오는거 아닌가 모르것다.

걱정마시오 내가 하는데 까지 챙겨놓고 왔소. 먹고 마실 걱정없이 잘 쓰다 올꺼요. 내가 우리 할머니 아들 며느리 한테는 할말 없으니 나중에 오면 나좀 숨겨주시요. 나 어릴때 뚜드려 맞을때 처럼 그때또 우리 할머니가 나좀 숨겨 주시요.

아믄 아믄 우리 인성이 안아파야지. 몸 아프고 맘 아프더냐 머가 너는 그리 아프더냐

할머니가 여기서 나 봐줬을꺼 아니요! 내가 어디 아프고 다닐 놈이요 그 누구도 나 못건들였소 내가 잘나서 윗놈이고 아랬놈이고 다들 내눈에 안나려고 나한테 잘 했소. 그러다 나한테 못되게 굴던놈들 싹다 나한테 무릎 꿇었소. 두고 보자는 놈들 다 끝까지 내가 내려봤소 나 잘하고 왔소.

아이고 이놈아 니 자식새끼들 내 증손주 증손녀는 어쩔꺼냐 이놈아!!!

할매 할매 손주 손녀 외갓집이 으리으리 하요. 거기서 거둬줄꺼고 내가 품에 안고 있는것보다 훨씬 호강하며 클꺼요. 요즘은 부모하나 없이 크는게 흠도 아니요 다들 얼마나 갈라서는지 순경도 지애들 버리고 갈라 섭디다. 우리 할매 인자 손주걱정은 안하고 .... 섭섭하네?


니걱정 이지 인성아 니걱정 이야. 내가 안다 알아 얼마나 고생 많았누... 나랑 같이 있을때도 넌 고생했지 니가 힘들었어.

Posted by 황인성